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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의 공존' 전시전경, 광주여성재단 , 광주, 한국 2019
'F 의 공존 2' 전시전경, 이중섭 미술관 창작공간 전시실 , 제주도, 한국 2020
휴식의 기술 extra episode. Ver.3 , 가변설치, 혼합기법, 2019-2020
여성해방을 위한 자연해방
시민자유대학 최송아
< F의 공존 >은 자연 해방 없이 여성 억압을 포함한 여타의 위계질서와 지배의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에코페미니즘의 인식을 토대로, 여성‧자연‧타자의 이름으로 억압된 존재들(Female, Forest, Failure)과 공존(Coexistence)하는 구체적 삶의 형식을 모색하려 한다. 이를 위해 이 전시는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자연성을 벗어나 진정한 자연성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억눌린 (외적/내적)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제를 수행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두 명의 작가가 이 기획에 참여했다. 먼저 조성숙 작가는 섬세한 생태적 감수성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그려온 작가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작가가 취하는 화법은 황폐화된 자연 환경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오히려 조성숙 작가의 작품에서 자연은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을 뽐낸다. 조성숙 작가가 그리는 것은 환경이 아닌 자연, 가축이 아닌 동물, 화훼가 아닌 식물, 새장이 아닌 둥지다. 고통을 당하는 자연의 모습을 드러내 자연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전략을 취하는 대신, 작가는 인간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표현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역설한다.
< F의 공존 >에서 조성숙 작가는 에코페미니즘의 세계를 담은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복권하고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어루만지려 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 자연의 빛 >과 < 예술가의 샘 >은 은유와 상징, 알레고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이루는 에코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내고자 한 작가의 염원이 잘 드러난다.
< 자연의 빛 >은 참으로 인간다운 세계를 만들겠다는 휴머니즘의 정신이 오히려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와 인간에 의한 인간지배를 정당화했던 근대 계몽주의적 사고에 반대하고, 진정한 인류의 행복은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 자연의 빛 >은 인간 스스로 ‘식물되기’, ‘동물되기’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약자화, 주변화, 타자화된 자연성에서 벗어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을 요청하고 있다.
< 예술가의 샘 >은 < 샘 >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탄생시켰던 뒤샹(Marcel Duchamp)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어받고 있다. < 샘 >에서 뒤샹은 레디메이드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뿐만 아니라, 기성품인 남성소변기로 여성의 자궁을 연상시키며 예술적 창조성의 원천을 샘, 다시 말해 생명을 품어내는 여성적인 것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 예술가의 샘 >은 뒤샹의 소변기를 다시금 전통적 미술형식인 회화로 가지고 오면서 여성성에서 예술적 창조성의 원천을 찾아내는 시도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조성숙 작가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 여성성에 내재한 창조성에 대해 노래한다면, 김자이 작가는 내면의 자연을 사유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한다. 그간의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의 층위로 드러내는 언어를 탐구하며, 그것을 단순한 형태로 담아내거나 인쇄물을 활용하거나 아카이브의 방식을 시도했다. 2017년부터 작가가 선택한 언어는 ‘휴식’이다. 김자이 작가는 시내를 활보하는 것보다 자연 속을 거닐거나 자연 풍광을 바라보는 사람의 정신이 더 건강하다는 심리학자 마크 버먼(Mark Berman)의 실험을 토대로,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유사-자연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 휴식의 기술-extra episode. Ver.3 >에서 김자이 작가는 자신만의 휴식방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작가가 구성한 공간에서 참여자는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며, 리서치페이퍼를 통해 자신만의 진정한 휴식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존 참여자들의 휴식 비결을 공유하며 자신의 자연을 해치지 않고 보듬어 가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아가 참여자는 제공되는 씨앗키트를 가져가 씨앗을 틔워보고 그 사진과 감상을 작가와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학습해야 하는 단순한 객체로 관람자를 한정하지 않고 관람자에게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또 다른 작가의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작품은 설치된 시점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에 반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끝없이 변주해감을 실천하고 있다.